인생에서 경험하게 되는 주요 사건들은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커다란 충격을 주는 부정적인 사건들은 자기관과 인생관을 뒤흔들어 성격을 변화시킨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성격과 사건은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격이 부정적 사건을 초래할 수도 있고, 부정적 사건이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한 부정적 사건에 대처하는 방식 역시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르다. 부정적 사건이 성격을 변화시킨다면, 과연 어떤 심리적 과정을 통해서 성격 변화를 유발하는 것일까?
■ 외상으로 인한 성격적 변화과정
외상경험은성격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충격적인 부정적 사건, 즉 외상(Trauma)은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으로서 개인의 성격에 커다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외상은 그 유발요인에 따라 강간, 폭행, 강도, 살인, 유괴, 납치와 같은 폭력적 범죄,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관계 상실, 비행기 추락, 건물 붕괴, 화학물질 유출, 원자로 파괴와 같은 기술적 재해 그리고 지진, 해일, 산사태,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단 한 번의 충격적 사건으로 인해 커다란 심리적 상처를 입히는 일회성 외상과 아동학대나 성폭행의 경우처럼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반복적 외상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외상경험은 매우 충격적인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 부적응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외상으로 인한 부적응 상태가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 Stress Disorder)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외상사건을 경험한 후에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유형의 심리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 침투증상(Intrusion symptoms)으로서 외상사건과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이 자꾸 의식에 침투하여 재 경험되는 것을 말한다. 즉, 과거가 현재 속으로 끊임없이 침습하는 것이다. 외상사건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자꾸 떠오르거나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
- 외상 사건과 관련된 자극을 회피한다. 외상사건의 재경험이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기억, 생각, 감정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외상사건과 관련된 생각이나 대화를 피할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사람이나 장소를 회피한다.
- 외상사건과 관련된 인지와 감정에 있어서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예컨대, 외상사건의 중요한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외상사건의 원인이나 결과를 왜곡하여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이나 타인을 책망한다.
- 각성과 반응성의 현저한 변화가 나타난다. 평소에도 늘 과민하여 주의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사소한 자극에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사소한 일에도 크게 짜증을 내거나 분노를 폭발하기도 한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쉽게 잘 깨는 등 수면의 곤란을 나타낸다.
이러한 네 가지 유형의 증상들이 1개월 이상 나타나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될 때 외상 후 스트레스 방애로 진단된다.
외상은 충격적 사건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로서 개인의 삶에 지속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게된다. Horowitz는 외상 경험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인지적으로 처리되어 기존의 사고체계에 통합되는지를 설명하는 스트레스 반응 이론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외상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의 심리적 과정을 겪는다.
- 절규단계 - 외상 피해자는 심한 충격 속에서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낀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 외상 피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외상사건을 기존의 성격 체계에 통합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외상사건은 기존의 성격과 불일치하는 많은 양의 내적/외적 정보를 던져 줄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경험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인지체계에 의해 잘 수용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수용할 수 없는 외상 경험으로 인해 심한 고통과 불안을 겪게 되면서 방어기제를 통해서 자신의 외상 경험을 부인하거나 억압하게 된다.
- 회피 단계 - 외상 경험을 떠올리는 모든 자극을 회피하려 할 뿐만 아니라 외상사건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새로운 사건의 경험을 기존이 사고체계에 통합하려는 인지적 경향성으로 인해서 외상 기억이 수시로 의식에 침투하게 된다. 플래시백이나 악몽과 같은 침투 증상은 인지적으로 처리되지 못한 외상 경험이 원래의 형태로 활성화된 채 의식에 침투하게 되는 것이다.
- 동요 단계 - 외상 정보가 기존의 인지체계에 통합되지 못한 채 회피 증상과 침투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동요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부적응 상태를 의미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 전이단계 - 시간이 흐르거나 외상의 상처를 치유하는 노력을 통해서 부적응 상태가 완화되고 외상경험에 대한 이해가 증가한다. 외상 정보가 조금씩 인지적으로 처리되면서 기존의 신념체계와 통합이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 통합단계 - 외상경험의 의미가 충분히 탐색되어 기존의 신념체계에 통합된다. 그 결과로써 비교적 담담하게 외상 경험을 회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신념체계가 더욱 확대되고 정교해짐으로써 자신과 세상을 확장된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스트렛 반응이론은 외상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성격의 변화에 이르는 심리적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충격적인 외상사건은 개인의 신념체계와 심각한 불일치로 인해 고통과 혼란을 야기한다. 이러한 고통과 혼란 속에서 점진적으로 외상 경험을 기존의 신념체계와 통합시키려는 노력이 이루어진다. 외상 경험의 통합을 통해 개인의 신념체계가 변화함으로써 성격 역시 변화하게 된다. 충격적인 외상 경험의 유형과 강도, 그리고 외상 경험이 신념체계로 통합되는 넓이와 깊이에 따라 성격 변화의 정도와 수준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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