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신체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성격과 신체건강의 관계를 설명하는 다양한 모델이 제시되어있다.
■ 스트레스-질병 모델
스트레스-질병 모델(Stress-disease model)은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하고 성격은 스트레스의 경험과 대처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급격한 환경변화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이러한 스트레스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격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쉬운 취약성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정한 성격은 스트레스의 경험을 증폭하고 부적절한 대처방식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신체 생리적 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증폭된 스트레스는 신체기관의 세포를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특히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심장혈관의 과잉 활성화, 면역기능의 손상을 유발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태는 신체조직의 손상을 통해서 신체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성격과 스트레스 그리고 신체질병의 세부적인 인과관계는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과제다.
과잉반응모델은 성격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설명하는 모델로서 A유형 성격과 심장혈관장애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시되었다.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A유형 성격의 소유자는 혈압, 심장박동, 카테콜아민 수준 등이 현저하게 높아진다. 이들은 성공을 위한 투쟁심이 강하고 주변 환경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위험이나 위협이 지각되면 생리적 흥분 수준이 높아진다. 이와 같은 과도한 생리적 반응은 관상동맥을 손상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생리적 과잉반응을 유발하는 A유형 성격은 심장혈관장애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A 유형 성격의 소유자들이 자주 경험하는 급성 분노는 교감신경계의 흥분 수준, 특히 이완 혈압의 수준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생리적 과잉반응은 심장혈관장애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교감신경계의 흥분 수준이 고조되면, 면역기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다양한 신체질병을 유발한다. 연구에 따르면, A유형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감기와 같은 사소한 질병에 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 건강-행동 모델
건강-행동 모델(Health-behavior model)은 성격특질이 건강증진 행동 또는 건강 훼손 행동을 선택하고 지속하며 중단하는 데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건강증진 행동에는 규칙적 운동, 절제된 식사, 좌식 습관의 중단, 폭음/폭식/흡연의 절제 등이 포함되는 반면, 건강 훼손 행동에는 폭음, 흡연, 폭식, 불면 등이 있다. 성격 특질은 이러한 건강증진 행동과 건강 훼손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식사를 잘 조절할 뿐만 아니라 흡연이나 음주를 잘 절제하기 때문에 양호한 신체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에, 신경과민성이 높고 성실성이 낮은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부정 정서를 많이 경험하고 다양한 건강 훼손 행동을 통해 대처함으로써 신체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Taylor는 다양한 신체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신체질병 | 위험요인 |
심장질병 | 흡연, 높은 콜레스테롤, 고혈압, 신체활동 없음, 비만, 당뇨, 스트레스 |
암 | 흡연,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환경요인 |
뇌졸증 | 고혈압, 흡연, 당뇨병, 높은 콜레스테롤, 신체활동 없음, 비만 |
사고상해 | 교통사고(안전벨트 매지 않음), 가정에서의 위험상황(낙상, 독극물, 화재) |
만성폐질병 | 흡연, 환경요인(오염,라돈,석면) |
만성적으로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질병의 증후가 나타나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무심하게 넘겨 버림으로써 신체질병을 초기에 치료하지 못하고 악화시킨다. 이처럼 우울증은 질병예방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신체질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신경증 환자들은 불안 해소를 위해서 담배를 심하게 피우기 때문에 폐암이나 심장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건가관련행동이 신체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제나 결과는 아직 상세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예컨대, 일정한 양의 음주가 어떤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어떤 성격특성이 어떤 건강 관련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어떤 신체적/심리적 과정을 통해서 어떤 신체질병을 유발하느냐는 것은 다양한 요인들이 관여하는 복잡한 과정으로서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서 밝혀져야 할 것이다.
■ 유전 모델
유전 모델(Genetic model)은 유전에 의한 선천적 기질이 특정한 성격과 신체질병을 함께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지적장애를 유발하는 유전적 장애는 독특한 성격과 함께 다양한 신체적 문제를 유발한다. 유전 모델에 따르면, 성격 특징과 신체질병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에 의한 선천적 기질이 성격 특질과 신체질병 취약성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즉 성격 특질과 신체질병은 모두 유전에 의한 선천적 취약성의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특정한 신체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성격 특질은 그러한 신체질병에 대한 선천적인 신체적 취약성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A유형 성격의 소유자는 심장 결관 장애에 대한 선천적인 신체적 취약성을 지닌 사람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A유형의 성격특성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적개심과 경쟁심을 비롯한 성격특성을 조사한 결과, 일란성쌍둥이들이 이란성쌍둥이들보다 성격적 유사성이 두 배나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A유형의 성격특성이 유전에 의해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심장혈관장애도 유전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축적 모델
성격이 신체질병에 미치는 영향은 전생애의 관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성격특성과 관련된 다양한 건강 훼손요인들이 오랜 시간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축적되어 신체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축적 모델(Accumulative model)에 따르면, 건강을 훼손하는 다양한 위험요인(흡연, 음주, 과식, X-ray, 오염물질 등)에 노출된 효과는 전 생애를 통해 점진적으로 누적되고 다른 위험요인(Ex. 상황적 스트레스, 사소한 질병, 약물투여)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신체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이렇게 위험요인들이 축적되어 생체 적응에 과도한 부담을 줌으로써 신체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생체적응(Allostasis)은 우리의 육체가 변화와 흥분을 겪으면서도 안정된 상태로 회복하는 능력을 뜻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우리의 육체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 자율신경계, HPA 축, 심장혈관 체계, 신진대사 체계, 면역체계를 가동한다. 그러나 반복적인 스트레스와 부적절한 대처는 생체 적응 부담을 누적시켜 결과적으로 신체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여자는 남자보다 수명이 길다. 이처럼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 여자는 성격적으로 남자에 비해서 위험한 상황을 덜 선택하고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덜 유발하며 건강훼손행동에 덜 관여한다. 이러한 성향과 행동을 통해서 여자는 남자보다 건강위험요인들이 덜 축적되며 노년기의 치명적 질병에 덜 걸리는 경향이 있다. 여자에 비해서 남자의 짧은 수명은 전 생애에 걸친 위험요인의 축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원인은 유전적/신체적 요인과 성격적/심리적 요인 그리고 성역할에 대한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개입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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